2024년 4월 19일(금)

[기부 그 후] 아기의 고장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합니다

“아이를 낳자마자 품에 안아보지도 못했어요. 심장, 폐 등 모든 기능에 이상이 있다고요.
하염없이 눈물만 나왔습니다. “

엄마의 심장은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폐동맥판 폐쇄증’. 처음 들어보는 희귀병이었습니다. 심장에서 폐로 피가 전달되는 통로가 막혀있다고 했습니다. 태어나자마자 숨을 쉬지 못하던 다온이는 엄마 품에 안기지도 못한채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졌습니다. 링거, 바늘, 온갖 기계를 몸에 달고 있는 다온이를 바라보던 엄마는 무너져내렸습니다.

Image courtesy of jesadaphorn at FreeDigitalPhotos.net_일러스트_해피빈 기부 그후_160711

엎친데 덮친격, 정밀검사 이후 ‘밀러디커신드롬(염색체 돌연변이로 인한 선천성 기형)’이란 생소한 질환까지 진단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희귀병이었습니다. 어쩌면 듣지도, 보지도, 걷지도, 말하지도 못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로선 완쾌 방법도 찾기 어렵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당장 심장 수술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 눈앞이 캄캄해진 다온이의 엄마는 해피빈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다온이는 아직 말도 못하고, 앞을 보지도 못해요. 사연을 쓰면서도 모금이 잘 될까 걱정이 앞섰어요. 함께 이겨내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냈습니다.”

‘폐동맥판 폐쇄’, ‘밀러디커신드롬’ 등 생소한 희귀질환들을 앓고 있는 다온이는 태어나자마자 심장 수술을 받아야하는 위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엄청난 비용의 수술비와 치료비를 감당하려니 엄마의 눈앞은 캄캄해졌습니다.

지난해 11월 11일, 다온이의 엄마는 용기를 내어 모금함을 만들었습니다. 출산 직후 긴급 수술을 간신히 끝냈지만, 앞으로도 수차례 큰 수술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다온이는 면역력이 없는 상태라 무균실에서 치료를 받아야했습니다. 합병증으로 인한 추가 수술, 보장구 등 수천만원의 병원비가 필요한 상황이었죠. 다온이네 가정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었습니다.

이에 다온이 엄마는 희귀난치성 질환 아동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여울돌’의 도움을 받아 사연을 다듬고, ‘뱃속에서 심장이 고장난 아들’이란 제목으로 모금함을 오픈했습니다.

목표액은 990만원. 가슴이 조마조마했습니다. ‘목표 금액을 너무 높게 설정한 건 아닐까’ ‘몇 명이나 마음을 열어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해피빈 모금.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모금함 개설 후 11일 만에 목표액 990만원을 100% 달성한 것입니다. 총 기부자 수는 무려 1654명에 달했습니다.

여울돌 제공_여울돌 모금함 메인이미지_해피빈 기부 그후_160711jpg

모금이 완료된 지 이틀 만에, 기부금 990만원은 다온이네에게 전달됐습니다. 위급한 상황인 만큼, 모금액 전달도 빠르고 투명하게 이뤄졌습니다. 한 분 한 분의 소중한 응원 덕분에 다온이는 다음 달, 호흡과 음식 섭취를 도와주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아 먹는 것도, 우는 것도 어려웠던 다온이는 이제 조금씩 영양을 섭취하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뻣뻣하게 굳어 똑바로 눕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아이는 기부금을 통해 꾸준히 재활치료를 받게 됐습니다. 장애인용 특수 유모차와 보장구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희귀난치병 아이들에게 필요한 보장구 중엔 국내 제품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수입 제품이 대부분이라, 일반 가정에서는 비싸서 못사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수천건의 댓글…더 큰 희망을 선물하다

여울돌제공_여울돌 댓글 이미지_해피빈 기부그후_160711

이뿐만 아닙니다. 모금함 페이지는 다온이를 응원하는 댓글로 가득 찼습니다. “수술 잘 받고 건강해지렴~사랑해^^” “다온아 힘내! 희망을 응원할께!” “앞으로도 우리는 당신 편입니다. 앞으로도 또 사랑하고 응원합니다” “많이 후원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꼭 이겨낼 겁니다” 등 따뜻한 메시지가 1000건 넘게 줄지어 올라왔습니다. 다온이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부터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까지, 응원 댓글을 단 이들의 성별•연령도 다양했습니다.

“힘들때마다 응원해주신 분들의 댓글을 찾아 읽습니다. 다온이에게 못난 엄마가 된 것 같아 항상 조급하고 속상했거든요. 다온이를 향한 관심과 사랑에 심적으로 큰 위로가 됐습니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뿐입니다. 어찌 말로 더 표현할 수 있을까요…”

다온이 엄마는 “차마 값으로 따질 수 없는 감사한 경험”이었다고 말합니다. “모금액 990만원, 그 이상의 응원을 받았다”고요. 실제로 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적으로 지쳐간다고 합니다. ‘부모가 건강하지 못해서 아이가 아프게 태어났다’며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속에서 지치고, 아이에게 마냥 못난 부모인 것 같아 죄책감에 눈물 짓곤 합니다. 다온이네도 그랬습니다. “내 편 없이 오롯이 아이를 감당하던 상황에서 누군가와 이야기 나눌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해피빈 모금함이 큰 위로가 됐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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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싸움…지속적인 응원이 필요한 이유

그러나 다온이는 아직 투병 중입니다. 얼마 전 일반 병실로 옮겼던 다온이는 다시 중환자실로 입원해 치료 중입니다. 벌써 몇 차례 수술도 예정돼있습니다.

“요즘 다온이가 많이 안 좋아져서 중환자실에서 지냅니다. 제가 보답할 수 있는 건 다온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겠죠.”

희귀난치성질환을 앓는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버티는 것’입니다. 치료제나 치료방법이 발견돼도, 당장 완치가 어렵습니다. 회복 중에도 합병증 때문에 위급한 상황이 되기 일쑤입니다. 특히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어린 아이일수록 위험은 더욱 커집니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그에 필요한 수술과 치료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하는 이유입니다.

비단 아픈 아이뿐만 아니라 이를 돌보는 가족들에게도 희귀난치성질환은 언제 끝날지 모를 긴 싸움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사단법인 여울돌 박봉진 대표
사단법인 여울돌 박봉진 대표

다온이 가정을 후원하고 있는 박봉진 (사)여울돌 대표는 “얼마를 기부했느냐 보다, 기부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소중하고 의미있는 일”이라며 “여러분의 나눔으로 한 아이의 생명이 연장되고, 가족들에겐 완치를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이 자라난다”고 전했습니다. 올해도 다온이 엄마가 필요로 하면, 해피빈 모금함을 새롭게 만들어드리겠단 약속을 한 상태라고 합니다.

이기욱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


(사)여울돌은…?  

희귀난치성질환 아동이 만 18세가 될 때까지 지속적인 후원을 이어가는 기관입니다. 올해만 총 20명(해외 환아 1명 포함)의 환아들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다수의 아동을 일회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소수의 아동을 책임지고 최소 18년간 후원하는 것이 여울돌의 비전입니다. 희귀난치성질환을 앓는 가정에겐 ‘제2의 가족’과 같은 곳입니다. 실제로 여울돌의 도움으로 골수 이익 수술을 받은 한 환아는 지속적인 관심끝에 완치가 됐고, 최근 대학에도 입학했습니다.


 

여울돌과 관련해 더 자세한 정보는 하단 관련기사 목록의 <강소NPO,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여울돌>을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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