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복지·기술 융합해 사회복지 현장 혁신적으로 바꿀 것”

유럽연합(EU)이 300만유로(약 40억)를 투자한 스웨덴의 ‘지라프플러스(GiraffPlus)’는 노인들의 혈압, 체온, 미세한 동작까지 확인할 수 있는 로봇이다. 로봇이 수집한 정보는 웹 상에 바로 저장돼, 추후 병원 방문 시 활용할 수 있다. 만약 노인이 갑자기 넘어지면, 비상 연락망으로 연결된 전문 의료진에게 경보 알림도 보내진다.

영국의 ‘일상 부엌(Ambient kitchen)’ 프로젝트도 모델은 비슷하다. 부엌 마루, 찬장, 주방기구 등에 센서를 달아 노인이나 장애인의 움직임을 관찰하며 부엌 시설을 ‘사회 약자 친화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 정부가 실시한 ‘디지털 경제를 통한 사회 통합(Social inclusion through the digital economy)’ 프로젝트 중 하나로 뉴캐슬대(Newcastle University)과 던디대(Dundee University)가 파트너로 참여했다. 지금은 6년간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 가정 보급을 준비하는 단계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 사회에 접어들면서 ‘복지’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강남대가 지난 4월 말, ‘웰테크(wel-tech)’ 전문 인력 양성 사업단을 출범하며 복지와 기술을 결합한 선진 모델 작업에 나섰다. 사회복지학부(5명), 사범대 특수교육과(5명), 컴퓨터 미디어 정보공학부(4명) 등 14명의 다양한 전공 교수진이 참여했다. 사업단에서 사회복지와 공학, 두 분야를 이끌고 있는 안정호 강남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와 임정원 사회복지학부 교수를 만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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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대 웰테크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안정호 강남대 컴퓨터 미디어정보공학부 교수(왼쪽)와 임정원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김경하 기자

– 강남대에서 ‘웰테크’ 사업단을 출범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안정호(이하 안) 교수= 강남대는 1954년 국내 최초로 사회사업학과(現 사회복지학과)를 만들었다. 사회복지에 관심을 두고 오랫동안 연구를 해온 학교 중 하나다. 작년에 학교 차원에서 ‘21세기형 복지 모델’에 대한 논의를 계속 진행하다 보니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복지 모델이 절실하게 필요하더라. 2010년에 세웠던 학교 발전 전략 목표를 아예 수정했다. 2020년까지 복지와 공학을 접목한 선도 대학을 만들겠다고. 사회복지학부 교수님이 ‘공동 연구’를 하자고 지속적으로 요청이 오면서, 공대 교수들도 합류하게 됐다.

임정원(이하 임) 교수= 사회복지 현장이야말로 기술이 필요하다. 미국의 많은 기관에서는 사회복지사가 클라이언트(대상자)를 돌볼 때, 통합적 문서 정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한다. 아이패드나 전자 기기로 클라이언트의 정보를 입력만 하면, 한 사람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하나의 문서로 정리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국은 사회복지사가 수기로 작성한 것을 다시 정부 전산망에 기입해야 한다. 복지관에서는 행정 작업만 하다가 끝난다. 기술은 최첨단인데, 사회복지 현장만 70~80년대에 머물러있다. 이젠 ‘엘더리 붐(Eldery boom)’이라는 말도 나온다.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세대로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에 노인이 많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일할 사람은 많지 않고, 돌볼 사람은 많아지는 지금, 효율성의 관점에서 복지와 기술의 융합이 시도돼야 한다.

– 국내에서도 ‘헬스테크(health-tech)’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웰테크의 개념은 무엇이며, 헬스테크와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 웰테크는 2007년 덴마크기술협회에서 처음 나온 개념인데, 노약자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의료, 건강 서비스, 사회 참여를 돕는 보조적인 기술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되나, 넓은 의미에서는 일반인의 건강을 돌보는 ‘헬스테크’와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헬스테크는 의학적 관점에서 개발·투자된다면, ‘웰테크’는 사회복지 대상자를 중심으로 개발된다는 점이 다르다.

= 사업단에 특수교육학과 교수님들이 참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노인이나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좋은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먼저 중점을 두고 시도하는 부분은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이다. 가상현실(AI)을 활용해 대면 상담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사회복지사와 상담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한다든지, 노인이나 장애인이 언제, 어디서나 사회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앱을 개발한다든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다. 가정 내에서 불편함 없이 움직일 수 있는 ‘스마트홈’ 시스템을 접목시킬 수도 있다. 아쉬운 점은 병원이나 의료 현장에서 ‘기술’ 투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많은데, 사회복지 현장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고가(高價) 장비를 구매할 수 있는 특정 계층을 위한 기술이 아닌, 열악한 사회복지 현장을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 이제 첫발을 내디뎠다.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가.

= 교수진이 공동 연구는 물론, 공통 교육과정도 운영할 계획이다. 2016년 2학기에는 경진대회를 열어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보고, 우수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전문가와 팀을 이뤄 공동 연구를 하는 등 현장 중심의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사회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경제적, 군사적으로 도움이 되는 첨단 기술 개발이 아닌 복지 현장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웰테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 이제는 돈을 지원하는 ‘현금 복지’를 넘어서 ‘서비스 복지’가 수행돼야 한다. 기존의 방식으로는 넘쳐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웰테크의 필요성에 대한 교수, 학생, 대중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 과제다. 오는 16일과 17일, 양일간 강남대 샬롬관 로비에서 웰테크 사업단의 비전과 내용을 담은 ‘쇼케이스’가 열릴 예정이다. 많은 관심 가져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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