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Cover story] 굿네이버스 20주년 100번의 새로운 ‘도전’… 20년 만에 일궈낸 ‘기적’

굿네이버스의 성공 비결
1. 비전 공유 통한 인재 육성
2. 투명성·전문성 등 국제 감각
3. 앞선 계획과 끝없는 도전

세계적인 구호단체의 상당수가 한국 전쟁을 통해 만들어졌다. 한국 땅을 밟았던 선교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스러져가는 생명 앞에서 오열했고,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미국과 유럽 등에서 모금을 시작했다. 월드비전·컴패션 등의 역사가 이 땅에서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 ‘토종’ 구호단체가 나오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스스로 도울 힘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1991년, 굿네이버스가 ‘한국이웃사랑회’라는 이름으로 출발할 때만 해도 ‘토종’ NGO의 성공에 대해서는 대부분 비관적이었다. 하지만 불과 20년 만에 굿네이버스는 ‘기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회원 수 33만1456명(월 1만원 후원자 기준), 사업비 482억여원(2009년 기준), 국내 44개 지부와 해외 28개 지부를 둔 초대형 조직으로 거듭났다. 매년 20~30%의 초고속 성장세를 거둔 셈이다.

지난주 굿네이버스 이일하 회장은 아프리카 최초의 소외열대질환 전문병원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 탄자니아를 다녀왔다. 또 말라위에 들러 굿네이버스가 짓고 있는 아이들의 집을 둘러보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병원과 학교가 이 아이들에게는 평생의‘선물’이다. 이 아이들을 도우려면 굿네이버스 홈페이지(www.gni.kr) 또는 전화(1599-0300)를 통해 후원 신청을 하면 된다. /굿네이버스 제공
지난주 굿네이버스 이일하 회장은 아프리카 최초의 소외열대질환 전문병원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 탄자니아를 다녀왔다. 또 말라위에 들러 굿네이버스가 짓고 있는 아이들의 집을 둘러보기도 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병원과 학교가 이 아이들에게는 평생의‘선물’이다. 이 아이들을 도우려면 굿네이버스 홈페이지(www.gni.kr) 또는 전화(1599-0300)를 통해 후원 신청을 하면 된다.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 이일하 회장은 그 성공 비결을 크게 3가지로 꼽았다. ①비전 공유를 통한 인재 육성 ②투명성·전문성 등의 국제 감각 ③앞선 계획과 끝없는 도전이다.

“처음 8명으로 시작했던 굿네이버스가 이만큼의 성장을 거두는 동안 100번이 넘는 새로운 도전을 했습니다. IT 붐을 보면서 인터넷을 통한 모금을 시도했고, 돈 있는 사람이 그저 자선의 의미로 돕는 게 아니라 왜 우리가 나눠야 하고 세계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등을 알려주는 사회개발교육을 시작했습니다. 100번의 도전 중 90% 이상이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굿네이버스가 인터넷을 통해 시작한 ‘100원의 기적’ 프로젝트는 지금까지도 가장 성공한 온라인 모금으로 꼽힌다.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는 100원 몇 개로 아프리카 아이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는 엄청난 깨달음을 준 캠페인이기도 했다.

도전의 과정 중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사람의 성장이었다. “불과 1~2년차의 직원들에게도 ‘된다’ ‘할 수 있다’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합니다. 비전을 공유하고 목표를 인식하면 스스로들 일합니다. 굿네이버스는 ‘벤처’입니다. 직원들 스스로가 성장하고 이루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직원들의 성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사회개발교육을 통해 인연 맺은 수많은 자원봉사자가 굿네이버스의 튼튼한 인맥이자 성장 원동력이 됐다.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아동보호와 사회 교육 등을 받았습니다. 자발적으로 공부하는 교장 선생님들의 네트워크에만 550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교육하는 사람만 수천 명이에요. 우리는 지금 함께 성장하는 중입니다.”

미상_사진_굿네이버스_이일하_2011앞선 국제 감각은 2007년 ‘2020 비전’을 수립하며 더 단단해졌다. “2007년은 굿네이버스에 획기적인 변화의 해였습니다. 해외 결연이 거의 두 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면서, 지역 개발의 새로운 모델이 필요했지요. 2020년까지의 비전을 세워야 흔들리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이 해에 굿네이버스는 한국 NGO로서는 처음으로 MDGs(새천년개발계획) 상을 받기도 했다.

이 비전 체계하에서 굿네이버스는 전 국민 나눔 교육과 기부 전문 포털 ‘기부스타트’의 론칭, 적정기술 사업, 사회적 기업 육성 등을 실천하고 있다. 투명성·지속성·전문성 등의 키워드를 한국 정서에 맞게 만들어가는 것도 숙제다.

이 회장은 굿네이버스의 2020년 목표로 자신 있게 “세계 10대 NGO에 진입하는 것”을 꼽았다. 순수 모금액 기준, 3억달러(3400억원) 정도가 되면 ‘Top 10’에 들 수 있다고 했다.

“매년 20~30%의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 온 굿네이버스의 잠재력과 한국인의 잠재력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람은 한번 후원을 시작하면 중도 탈락하는 비율이 12~13%에 불과합니다. 회비 납입률도 90%에 육박합니다. 세계 최고의 모금 국가인 셈이죠.”

특히 그는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높게 평가했다. “직원 한사람이 뛰면 10명을 움직이는 데 그치지만, 자원봉사자들을 많이 늘리면 거대한 네트워크를 조직할 수 있습니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단체들도 점점 전 국민을 대상으로 후원자 조직을 구축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NPO공동회의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한 이 회장은 “그래서 우리 NGO 스스로의 자정 능력과 평가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금이 늘어나고 후원자 수가 늘어날수록,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세가 명확해야 합니다. 한 곳이 투명성이나 윤리성 등의 이슈로 타격을 입으면 다 함께 쓰러집니다. 서로 격려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그는 “대형 NGO뿐만 아니라 중소 NGO들도 자신들의 역량을 갖추고 잘 활동할 수 있도록 동반성장의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통일 이후를 대비한 계획도 이미 준비하고 있다. “2009년 우리나라는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의 24번째 회원이 됐습니다. 이 회원이 되면 국가 단위의 시스템을 만드는 데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한국 개발 모델을 그대로 적용해달라고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통일 이후에 이 경험이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 회장은 “가족을 잃고 마을을 잃은 일본 사람들에게 우리들의 작은 나눔이 큰 희망이 될 수 있다”며 “많은 관심과 후원 참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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