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금)

[2016 서울숲마켓③] 부러진 야구 배트가 되살린 청년들의 꿈

업사이클 브랜드,  비스퀘어드 

국내 프로 구장에서만 평균 연 360개의 야구배트가 부러진다. 중, 고등학교 야구부에서 부러지는 배트까지 합치면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땔감으로 쓰이거나 폐기처분되는 것이 대부분. “만약 부러진 배트를 다시 사용할 수는 없을까?” 2014년, 버려지는 야구 방망이에 주목한 이들은 비즈니스를 통한 사회공헌 동아리인 ‘인액터스 고려대’ 비스퀘어드(B-Squared)팀 대학생 5명이었다. 

비스퀘어드_서울숲마켓_야구배트
비스퀘어드의 김여선 PM은 “젊은 목공예가들이 비스퀘어드를 통해서 예비 커리어 경험을 쌓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배트는 고급 목재예요. 부려졌다고 땔감으로 태우기엔 아까워요. 동급 목재를 배트 한 개만큼 사려면 5만원쯤 들걸요.”

‘비스퀘어드(B-Squared)’ 는 업사이클링 방식으로 다양한 사무용품 및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하는 프로젝트다. 제품은 사진꽂이부터 조명, 꽃병까지 다양하다. 예비 목공예가들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 비스퀘어드는 서울 목조형관련 학과가 있는 대학을 찾아, 젊은 작가들을 발굴한다. 젊은 목공예가들은 자신만의 제품을 직접 만들고 싶어도 재료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 이들은 본인의 제품이 상품성이 있는지 시장에서 시험해 볼 수도 있다. 

비스퀘어드_서울숲마켓
부러진 배트를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비스퀘어드 제공

“목공예 전공생들에겐 자기 제품을 내놓는 경험이 정말 귀하대요. 실습과제물은 거의 교수님들이 원하는 방향으로만 제작하거든요. 목재값이 비싸 수업 외 용도로 구하기도 어렵고요. 저희가 목재는 원 없이 드린다 했죠. 트럭을 대여해 서울 지역 고교 야구부의 배트를 월 50개, 많게는 100개까지 수거해요. 청소용 페이퍼로 손수 잔때를 벗겨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있어요.” (비스퀘어드 김여선 PM)

현재 비스퀘어드 ‘방망이 깎는 장인’들의 나이는 평균 22세. 10명 모두 홍익대 목공예 전공생이다. 이들은 부러진 방망이 하나로 4~5개의 공예품을 제작해낸다. 재료로 쓰이는 배트의 디자인은 모두 다르다.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쓰인 방망이의 재질이나 색에 따라 유니크함을 지닌 작품이 나온다. 단순히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찍어낸 제품이 아닌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것’. 그것만으로 비스퀘어드 제품의 가치는 배가 된다.

비스퀘어드의 판매수익 전액(운영비 제외)은 고교야구 발전을 위해 기부되거나 청년 목공예가들의 자립을 위해 사용된다.  고교 야구선수의 부러진 배트로 청년 목공예가들의 꿈, 그리고 다시 고교 야구선수의 꿈을 지원하는 셈. 그야말로 나눔의 선순환이다. 

지난 3월 말부터는 신제품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무용품 중심이었던 제품군에서 벗어나 인테리어 소품까지 카테고리를 다각화했다. 캔들홀더, 보석함, 목각인형, 시계, 병따개의 5개 제품 전부 이들 젊은 장인의 손에서 태어난다. 

“평소 ‘하나 있었음 좋겠다’ 싶던 것들이죠? 업사이클링 특성상 균일화되지 않은 제품이 많아요. 그래서 손이 많이 가고 비싸지기도 해요. 배트 업사이클도 그래요. 작년 판매한 연필꽂이가 7천원 선이었던 걸 감안하면 아주 저렴한 편은 아니죠. 이번 신제품은 이왕이면 제 값 하는 물건들로 꾸려보자 했어요. 좋은 취지에 걸맞은 실용성과 디자인을 갖춘다는 생각으로요.”

비스퀘어드
비스퀘어드의 다양한 제품들

새로움과 젊음으로 무장한 비스퀘어드의 제품은 오는 5월 1일, 성수동의 코워킹스페이스 ‘카우앤독에서’ 열리는 ‘서울숲마켓’에서 만나볼 수 있다. 

김소영·한동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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