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기프트카 캠페인
“열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대학 진학을 포기했습니다. 생계 곤란으로 군대까지 면제받을 만큼 힘든 나날이었죠. 그러다 2009년 우연히 잡아본 카메라에 온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처음으로 ‘꿈’이라는 것이 생겼어요. 독학과 시급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목표 하나로 달려왔습니다.”
김종성(34) ‘파스텔글리프’ 대표의 꿈은 곧 현실이 된다. 올여름 론칭을 앞두고 있는 웹드라마(Web Drama·인터넷을 통해 연재되는 드라마) ‘매칭 소년 양궁부’의 메가폰을 잡기 때문이다. 영상 프로덕션 ‘파스텔글리프’를 창업한 지 3년 만의 일이다.
2012년, 김 대표가 창업에 도전한 건 현대자동차그룹 사회공헌 프로그램 ‘기프트카 캠페인’ 시즌3의 주인공으로 선발된 덕분이다. 촬영용 밴(Van)과 창업 자금 500만원까지 지원받았다. 김 대표는 “기프트카를 통해 경영자로서 갖춰야 할 마인드 등 정신적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창업은 내가 업계에서 ‘스펙’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기회”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한 해 창업 인구는 약 100만명. 이 중 40.2%가 1년 안에 문을 닫는다(중소기업연구원, 2016). 그런데 창업자의 86.6%가 1년 이상 사업을 지속하고, 연평균 가구소득도 증가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2010년 시작해 올해 시즌6을 맞은 ‘기프트카 캠페인’이 그 주인공. 창업을 꿈꾸는 저소득층에게 자동차와 창업 자금(최대 500만원)을 지원한다. 창업자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창업 교육(2박 3일), 현장 방문 컨설팅 지원 등이야말로 기프트카의 숨은 경쟁력”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짝 지원’에 그친 후 창업 이후 나 몰라라 하는 프로그램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현대차그룹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기프트카 주인공(시즌2~5) 106명을 조사해보니 가구소득이 캠페인 이전과 비교해 1042만원(66.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프트카는 2014년부터 북한 이탈 주민까지 대상을 확대, 현재까지 총 9명에게 창업용 차량을 제공했다. 윤선희(51) 선희식품 대표도 이 중 한 명이다. 윤 대표는 2013년,’어딤채'(젓갈 대신 생선살을 넣어 시원한 맛이 일품인 북한식 김치)를 담가 소비자 가정에 배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5년 정도 음식점에서 일하다 창업 이야기를 꺼냈을 때 아들이 많이 말렸어요. 월급도 나쁘지 않고 나름 자리도 잡혔을 때니까요. 하지만 ‘맛있는 김치로 남북을 잇는 가교가 되고 싶다’는 엄마의 꿈을 끝내 꺾을 수는 없었죠.”
하지만 이 도전은 잇따른 난관에 부딪혔다. 영업 노하우도, 마케팅 기술도 없었던 선희식품에 유일한 광고 수단은 발품뿐이었다. 택배 비용 역시 만만치 않았다. 위태위태하게 사업을 이어가던 윤 대표에게 남북하나재단 직원이 기프트카 캠페인을 추천했고, 기프트카 시즌5의 주인공에 뽑혔다.
“기프트카로 1톤짜리 포터 냉장탑차를 지원받은 후 소비자에게 하루 만에 신선한 김치를 배달하게 됐어요. 질 좋은 재료를 사러 전국을 누빌 수도 있고요. 1년 동안 경영 컨설팅도 받았죠. ‘창업자의 뚜렷한 목표를 소비자가 볼 수 있게 해라’ ‘항상 새로운 채널을 공부해라’ 등 지금도 그때 수첩에 적어둔 메모를 보며 마음을 다잡습니다. 지금은 알음알음 전화 주문을 받지만, 올해 안에 온라인 판매 사이트도 열 예정입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이달까지 49명의 주인공을 대상으로 기프트카 시즌6 캠페인을 마무리하고, 시즌7 준비에 돌입한다. 어호선 현대차그룹 사회문화팀 과장은 “시즌7에서는 약 40명의 저소득층 창업자를 응원한다”고 전하는 한편 “시즌5부터 병행해온 셰어링 캠페인(여덟 가지 테마에 맞는 이벤트를 기획해 제출하면 심사를 통해 승합차를 빌려주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외에도 새로운 사회공헌 캠페인을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