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홍대 앞 건강 집밥… 문 닫는 이유는?

“지난 5년 감사했습니다.”

지난달 7일, 페이스북으로 ‘카페 슬로비(Café Slobbie)’의 영업 종료 소식이 퍼졌다. 카페 슬로비는 패스트푸드 일변도인 서울 홍대 앞에서 ‘건강한 집밥’을 표방해온 식당이다. 1세대 외식 사회적기업인 ‘오요리’가 문을 연 두 번째 식당이기도 하다. 그만큼 상징성이 높은 곳이어서, 폐업 소식은 화제가 됐다.

지난달 18일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만난 카페 슬로비 한영미 대표는 “지난해부터 변화를 감지해왔지만, 더 이상 버티는 것이 능사는 아니겠다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혹시 임대료가 올라 밀려난 것이냐”는 질문에 “그게 다는 아니다”고 답했다. 2011년 홍대 카페 슬로비를 연 이후, 2013년에는 도시락 전문점 성북 카페 슬로비를 오픈, 제주에는 영 셰프(청소년 요리사)들이 거주하며 실전에 투입되는 제주 슬로비까지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연매출이 10억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슬로비도 지난해 한국을 강타한 메르스를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줄면서, 단체 도시락 주문도 끊겨버린 것. 전년 대비 매출이 반 토막 났다. 설상가상으로 홍대 슬로비는 상권 변화에 맞서야 했다.

“단골손님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베란다에 텃밭도 만들고, 식당 한편에 에코숍도 열어 사회적기업 제품을 판매해왔다. 환경을 생각하는 의미에서 ‘빈 그릇 운동’도 진행했다. 이런 메시지에 반응하던 충성 고객들이 언제부터인가 안 보였다. 알고 보니, 홍대 임대료가 비싸 사무실이 망원이나 상수동 쪽으로 이전한 고객이 많았다.”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근처는 사무실 공간 대신, 글로벌 SPA 브랜드인 자라, H&M 매장부터 이랜드그룹의 복합 외식 매장까지 생기는 등 최근 몇 년 새 탈바꿈했다. 20~30대 소비자와 중국 관광객이 늘면서 생겨난 변화다. 한 대표는 “해보고 싶은 걸 마음껏 해봤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며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친환경 식당’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슬로비 매장을 대신해 들어오는 곳은 ‘룸카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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