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직접참여 봉사·SNS 홍보… 한 걸음 도약하는 기부문화

국내 NGO 2011년 트렌드
상처 입은 국민 신뢰 투명성으로 회복
직접 참여 소통·홍보전문성 강화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비리 파문으로 들썩인 ‘기부계’의 올해 가장 큰 트렌드는 ‘투명성 강화’다. 국내 NGO들은 기존에도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감사받은 내용을 인터넷 홈페이지와 회보 등에 공개하고, 후원자들이 직접 국내외 사업현장을 둘러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하지만 ‘모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성이 흔들리자, 이를 회복하기 위한 ‘히든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후원자 직접참여 프로그램 강화’다.

올해 새로 신설된 월드비전 온라인 마케팅 팀원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올해 새로 신설된 월드비전 온라인 마케팅 팀원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은 올해 봉사단원이 파견되어 있는 해외 사업장을 방문하는 ‘비전트립’과 ‘CDP(Child Development Program) 트립’의 참여자 수를 늘릴 예정이다. 기아대책 홍보사업본부 김은희(38) 본부장은 “올해 비전트립에는 작년보다 15% 정도 늘어난 75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고, CDP 트립의 참여자 수도 2.5배 정도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아대책은 후원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현지 사업장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해서 정기 후원을 유도할 계획이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비전’은 중고등학생 우수자원봉사자들이 해외 사업장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올해 강화했다.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필리핀 등 4개국에 작년보다 2배 늘어난 140여명을 파견해 해외에서 봉사활동도 해보고, 현장에서 월드비전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실제로 NGO의 해외 사업장을 방문했던 후원자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오은주(46)씨는 작년 10월 국제아동개발원조단체인 ‘플랜코리아’를 통해 후원하는 아이를 만나기 위해 베트남에 갔었다. 오씨는 “후원아동이 사는 지역에 만들어진 학교와 유치원을 보고 나서 내가 낸 후원금이 잘 사용되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며 “편지나 사진만 교환할 때와 달리 직접 만나고 나니 후원아동이 정말 내 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요즘 주변의 다른 후원자들에게도 기회가 되면 꼭 현지 방문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후원자들의 직접참여 프로그램은 해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에는 국내사업을 모니터링 하기 위한 후원자 조직이 있다. 한 기수에 30명의 후원자들로 구성된 ‘굿모닝(굿네이버스 모니터링의 약자)’ 회원들은 한 달에 한 번 굿네이버스 소식지, 사업보고서 등을 보고 의문점이나 고칠 점을 보고한다. 2009년부터 시작된 ‘굿모닝’은 올해 뽑을 3기의 인원수를 20명 더 늘려 회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굿네이버스 사업에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2010년 굿모닝 2기로 활동한 민지선(24)씨는 “굿모닝 회원으로 활동하며 굿네이버스의 사업 하나하나를 확인하게 됐다”며 “무엇보다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매달 피드백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에 믿음이 간다”라고 말했다.

올해 국내 NGO가 보이는 또 다른 트렌드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통한 소통과 홍보의 강화’다. 이미 많은 NGO가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올해는 이들 SNS를 좀 더 활발히 활용할 예정이다.

‘기아대책’은 지난해 활동을 시작한 SNS 기자단을 올해에는 더 많은 행사에 투입할 예정이다. SNS 기자단의 주 업무는 행사 현장 사진과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싸이월드,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에 올리는 것. 작년 10월 세계 식량의 날을 맞아 실시한 ‘지구촌에 사랑과 희망을’ 행사 때부터 쭉 기아대책의 행사를 알려왔다.

SNS의 장점은 후원자들이 각 단체의 실무자와 소통을 하며 NGO 사업을 다른 사람에게 홍보하거나 다른 후원자들과 소통하는 데 사용하기 좋다는 것이다. 국제어린이양육기구 ‘한국컴패션’의 트위터에는 벌써 5500여명의 팔로어가 등록되어 있다. 한국컴패션 트위터를 팔로잉하고 있는 김휘중(43)씨는 “내 타임라인에 컴패션의 글이 올라오면 격려도 해주고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도록 리트윗(RT)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컴패션 트위터를 통해 다른 후원자들의 소식을 접하면서 나도 후원아동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등 컴패션 트위터가 일종의 ‘중개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CDP트립에서 한 봉사자가 아이들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있다. /기아대책 제공
CDP트립에서 한 봉사자가 아이들의 머리를 다듬어주고 있다. /기아대책 제공

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강철희(48) 교수는 “요즘 NGO의 전 세계적 트렌드는 시민 참여”라며 “한국 NGO들이 SNS를 이용해 소통과 홍보를 강화하는 것은 ‘모금 연령과 방법의 다각화’라는 측면에서 좋은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전문성 강화’는 올해 국내 NGO들이 세운 또 다른 목표다. 각 NGO는 새해를 맞아 조직을 개편하고 세분화시키는 등 조직 구조를 바꾸는 것으로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다. 굿네이버스는 사업과 모금마케팅 기능을 분리하고 빈곤 아동들에게 좀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5개 권역으로 운영되어 오던 전국지부를 8개 시·도 본부로 세분화했다. 월드비전은 지난 3일 여러 팀에 분산돼 있던 온라인 마케팅 담당 인력을 모아 ‘온라인 마케팅’ 팀을 신설했다. 최근 스마트폰 열풍으로 SNS 등을 활용한 온라인 마케팅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마케팅팀의 서지원(38) 팀장은 “온라인 마케팅 업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좀 더 전문적으로 팀을 꾸려 운영돼야 한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NGO에서 일하는 인력들의 전문성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에서 일한 경력자들이나 전문영역의 학위를 가진 고학력자들이 NGO를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현재 2011년 신입·경력 공채를 진행 중인 월드비전 인력관리팀의 류민정(35) 과장은 “이번 공채에도 우수 인력이 많이 지원했다”면서 “이미 경력직으로 입사한 직원들 가운데도 10~20%가 대기업에서 일한 사람들이고, MBA, 통번역대학원 등 전문대학원에서 공부를 한 사람들도 많다”고 밝혔다. 류 과장은 “최근 NGO들이 전문성 강화를 화두로 내세우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일도 하고 자신의 재능도 발휘할 수 있는 NGO를 선택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