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Cover Story] 고액기부자 1000명… 1만명 시대를 준비한다

[Cover Story] 8년 만에 누적약정 1152억… 아너소사이어티 1000명 분석
“누구나 기부할 수 있다” 인식 늘며 자영업·연예인 등 직종 다양해져… 20·30대 및 여성 회원 증가 눈길

고액 기부자 1000명 시대가 왔다. 1억원 이상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이하 아너)’ 회원이 지난해 12월 1000명을 넘어섰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가 국내 대표 고액 기부자 클럽을 표방하고 아너를 창단한 지 8년 만이다. 전체 누적 약정 금액은 1152억원에 달한다(20일 현재). ‘더나은미래’는 공동모금회와 함께 고액 기부자 1만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아너 1000명의 데이터를 국내 최초로 분석했다.

2015년 1월 1일부터 2016년 1월 15일까지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한 회원들의 모습.
2015년 1월 1일부터 2016년 1월 15일까지 아너소사이어티에 가입한 회원들의 모습.

◇직종별 문턱 낮아지고, 여성 기부자 늘어

아너 회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기업인의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전문직·자영업·공무원·방송 연예 및 스포츠인 등 직종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인은 2011년 65%로 아너 회원의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2013년 49.8%, 2015년 45.5%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반면 2011년 자영업자 최초의 아너가 탄생한 이래 2013년 3.4%에서 2015년 4.4%로 꾸준히 늘고 있다. 대학원생, 농부, 감독, 마주(馬主), 여행가 등 예상 밖의 직업을 가진 이도 여럿이다. 연예인 기부도 매년 2배 이상씩 늘고 있다. 지난해에만 걸그룹 ‘소녀시대’ 윤아, 가수 인순이, 걸그룹 미쓰에이 수지, 팝페라 가수 임형주, 배우 박해진·안재욱·견미리 등 무려 7명이 아너 회원이 됐다. 특히 ‘고액 기부는 부자만 하는 것’이란 편견을 깬 사례도 늘었다. 12년간 모은 월급 1억원을 기부해 627번째 아너 회원이 된 경비원 김방락(69)씨가 대표 사례다. 강학봉 공동모금회 모금사업본부장은 “누구나 기부할 수 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아너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면서 “최근 중산층의 고액 기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0년까지 10%에 그쳤던 여성 아너 비중이 2014년 20.4%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도 특징이다. 지금까지 배출된 여성 아너는 159명이다. 2014년 말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이민재 회장(㈜엠슨 대표이사), 김명자 보우실업 대표, 최옥이 ㈜비엔비데코 대표 등 회원 5명이 “여성 취약 계층을 위해 써달라”며 ‘아너 동창생’이 된 바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_그래픽_기부_아너소사이어티분석_2016

◇청년 아너 늘고, 건물·토지 등 초고액 기부자도 증가세

50·60대 중년층이 대부분이었던 아너 회원들 가운데, 20·30 청년 아너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투자로 수백억원대 자산가가 된 ‘한국판 청년 (워런) 버핏’ 박철상(32)씨. 청년 사업가인 ‘미라클홀딩스’ 이희진(30) 대표, 한의사 정다운(33)씨 등도 대표적인 청년 아너 회원이다. 30대 신규 아너 가입자 수는 2014년 두 자릿수(13명)를 넘겼고, 현재 청년 아너(가입 시점 기준)는 20대가 15명, 30대가 38명에 달한다.

초고액 기부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건물, 토지, 주식 등 10억원 이상의 ‘비현금성 자산’을 기부하고 싶다는 문의가 줄을 잇고 있는 것. 김진곤 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사무국 팀장은 “최근 11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유산 기부한 자산가, 현금 20억원을 기부한 부부, 사망 보험금 10억원을 향후 공동모금회로 기부 약정하는 등 초고액 기부가 기부 시장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아너 1만명 시대를 위해서는 ‘기부자가 박수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 혹은 편견 때문에 기부를 꺼리는 이들이 많기 때문. 실제로 아너 익명 회원은 전체의 12.3%로, 매년 꾸준히 늘어 누적인원이 127명에 달한다. 강철희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아너 1만명 시대를 위해선 고액 모금 조직의 투명성, 전문성, 임팩트 등 역량 강화로 나눔 문화의 품격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 D2~3면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1호 2024.3.19.

저출생은 '우리 아이가 행복하지 않다'는 마지막 경고